[스크랩] 유채밭에 가지말라, 메밀밭에 가지말라...
세상에서 가장 바람끼가 많은 식물이 메밀이다.
메밀꽃에다 다른 메밀꽃의 꽃분을 가까이 대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꽃들이 일시에 진동을 시작한다.
꽃분과 암술은 20~30cm 거리에서도 서로 알아내면서 전율을 일으키는 것이다.
메밀의 바람끼가 그 정도이다.
꽃분을 수정할 때 흥분하는 것은 다른 백합에서도 볼 수 있지만
메밀 정도는 아니다.
메밀의 바람끼는 평생을 미혼모로 살아가는 민들레와 아주 대조적이다.
민들레는 일생동안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저...
홀씨 키워 바람에 날리는 것으로 대를 이어간다.
전생에 비구니였을까?
메밀꽃에는 꽃잎이 없고 꽃받침만 있다.
흡사 속곳은 고사하고 팬티도 없이 흰색 웃도리만 걸치고 님 기다리는 요부의 모습 그대로이다.
메밀꽃 필무렵에 나오는 장면을 다시 보자.
유난히 달 밝은 가을 밤,
메밀밭은 소금을 뿌린 듯 눈부시다.
수천만 포기의 메밀꽃은 바람을 피우느라 온몸을 흔들어 댄다.
숨이 가쁠 지경이다.
메밀꽃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에는 그 바이오 리듬이 사람에게도 전해질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그 밤에, 물래방앗간에서 만난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
어이 일 벌어지 않고 견디겠는가 말이다.
여자 꼬시려면 봄에는 유채밭, 가을에는 메밀밭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무르익어갈 무렵,
뒷동산 유채밭은 사랑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봄이겠다,
생체리듬은 익을대로 무르익어 몸은 근질거리제,
게다가 유채꽃의 비릿한 내음이 바로 최음제 역활을 한다는 것이다.
유채꽃을 영어로는 rape flower라고 한다.
rape, 곧 강탈, 강간이라는 의미이다.
유채꽃 피는 동산에서는 동서양 어디든 그런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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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메밀 구경하나고 많은 사람들이 봉평으로 몰려간다.
이효석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은 좋지만 메밀은 아니다.
봉평의 메밀은 3만평이 조금 못된다.
우리나라 메밀 가장 좋은 곳은 고창의 학원농장이다.
그 면적이 무려 30만 평, 봉평의 10배가 넘는다.
메밀 구경하려면 거기를 가야 한다.
앞으로 2, 3주가 절정이다.
여자친구와 같이 간다면 이렇게 하시라.
먼저 선운사에 들러 상사화를 구경할 일이다.
상사화...
지금 쯤 생리를 풀어놓은 듯 산자락 붉게 물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고창의 명물 풍천 장어에다 정력에 그만이라는 복분자술을 곁들인다.
일단 그렇게 취기가 돈 다음에 메밀밭을 찾는 것이다.
그 다음엔?
이런~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하시라!
남자서경